접할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해지는 일본식 어법의 사례



   위 그림은 인기리에 연재중인 어느 웹툰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주 독자층은 대부분 젊은 세대로서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이다. 이 만화는 우리 일상을 소재로하여 일기 형식으로 연재되고 있는데다 만화적 표현이 여타의 흔한 웹툰과 차별화 될 수 있을 정도로 감각적이어서 특히나 젊은 층에서 공감이 큰 편이다.

 

광속으로 연결되어 있는 웹의 공간에서 정체성을 논하는 것이 어쩌면 고지식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시각은 철저히 도구적 차원임을 주지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네트워크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눈이라면 모르겠지만 도구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현실'의 차원에서라면 정체성이야말로 네트워크의 발전과 정비례하여 강조되고 관리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에 서고 나서도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짚어둘 부분이 남는다. 바로 '만화는 만화일뿐'이라든지, '다른 게시물은 더 심각하다'는 따위에서 형성되는 일반 독자층의 견해다. 이는 특히나 이 만화에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만족하는 독자층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난 이들의 위와 같은 견해에 관해 지금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현재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중점적으로 짚어두고자 하는 것은 작가 일반의 의식이다.

 

많은 만화 작가(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일반)는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해왔고 또한 스스로가 다른 문화 창조자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인정받고자 하며 이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그 노력은 대체로 그들을 외부에 알리고 그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오래도록 정체되어 있음도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측면의 노력이 충분히 경주되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의문이다. 특히 콘텐츠의 다양함이나 수량을 넘어 하나의 사회에 선도적으로 기여하는 '완성도'측면에서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과연 위의 그림에서와 같은 일본식 표현이, 광속으로 네트워크 된 요즘 세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제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체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때이기에 보다 엄격해져야 하는지 말이다.

 

한글과 한국어의 활용도가 매우 높고 근세 35년간을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데다 가장 인접한 국가가 일본이고, 다시 전후 50여년 이상을 서구 문물에 의존하며 살아온 것이 한국이기에, 언어를 비롯한 사회문화 전반에 있어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오염된 채로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때문에 그 많은 선행된 것들, 그리고 그 고귀한 것들은 왜 가만히 놔두고 이 한적한 곳에서 고요히 정진하고 있는 웹툰 한자락에 트집을 잡느냐고 한다면, 나 또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기에 그랬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리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주변을 통해 쉽게 만나는 현실에서 법이나 사전 보다 강한 도덕률과 현실적 규범을 공급받고 있기에 그런다고 말하고 싶다. 이 웹툰이 그나마 나에게는, 어색하기라도 하겠지만 나의 후배나 어린 세대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삶이 되겠기에 그런다고 말하려 한다.

 

'무려'라는 표현에 관한 한국식(올바른) 활용법은 "무려 [無慮] [부사]{수량을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음을 나타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 인용.2007.09.16)"로서 위의 웹툰은 완전히 틀린 국어 사용법을 보여준다. 즉, 오류다.

 

이밖에 위 작품의 다른 연재분은 물론, 요즘의 웹 게시물 다수에서도 발견되는 오류로 '~입니다(합니다)만'을 들 수 있다. 우리 어법에 있어서 '~입니다(합니다)만'이란 표현은 뒤에 상반되는 내용이 이어질때 사용하며 종결어미가 아니라 접속어로 사용된다. 즉, '~입니다. 하지만(또는 '그러나' 등의 역접) + 상반되는 내용'처럼 사용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 웹 게시물에서 남용되고 있는 '~입니다(합니다)만'이라는 표현은 완전한 일본식 직역으로서 결코 우리말 어법이 아니다. 즉, 일본의 글과 말로써 일본의 정서와 문화를 향해 표현한다면 맞는 표현이겠지만 한국의 글과 말로써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향해 표현한다면 오류라는 말이다.   

 
위와 같이 살펴보고 나서 지금에 이르면 이런 문제가 이런식으로 제기되는 것이 굉장히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표현하는 사람은 그 개인에게 이미 익숙한 것이었을테니 표현했을 것이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별로 문제삼지 않으니 널리 계속되는 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일테다. 그러고 보면 이 문제제기는 과연 누구를 향해야 하는 것인지 길을 잃고야 마는 것이다. 자각과 자성이 결여된 곳에 자각과 자성을 촉구하는것만큼 미련한 짓이 또 있을까마는 개인적으로 한심한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 흔적이나마 남기고자 한다.


 

                                                                              

- 낯선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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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선이름 | 2007/09/16 15:32 | ☞ 에세이 | 트랙백(1)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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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천사가 없는 밤 at 2009/08/27 20:57

제목 : 어디까지가 일본식 표현인가?
접할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해지는 일본식 어법의 사례딴지를 걸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몰라서 물어보고 싶은 부분.원래는 비밀댓글로 달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어 있는 듯 하여 트랙백을 건다."접할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해지는 일본식 어법의 사례"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글에, 제일 먼저 나오는 예시는 '무려'라는 표현.'한국어에서 바르지 못한 표현'이라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무려가 아니라 물경을 쓰는게 맞다 정도의......more

Linked at 낯선이름 : 문제의 핵심을 외.. at 2009/09/01 20:21

... 2. <a title="접할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해지는 일본식 어법의 사례" name="137290">접할때마다 씁쓸하고 서운해지는 일본식 어법의 사례</a></a>- 제 예전 글에 대한 chatmate님의 관련글<a href="http://skctjs.egloos.com/137402" target="_blank">1. <a href="http://skctjs.egloos.com/137402" target="_blank">어디까지가 일본식 표현인가2. <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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