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5일
대한민국 어디에도 광장은 없다
투쟁 없는 광장은 있을 수 없다.
거대한 빈 공간을 모두 광장이라 부를 수 없다. 특정한 목적으로 가꾸어 둔 공터는 광장이 아니라 공원이다. 때문에 공원의 경우, 설립 시 정해 놓은 목적에 반하는 행위 발생 시에는 공권력으로 합당하게 저지하고 또한 폐쇄할 수 있어야 발전된 국가이며 안전한 국가인 것이 당연하다.
한편으로 공원은 매매가 가능한 대상물이기도 하며 재산권을 가진 한 개인 또는 법인이나 단체가 그 편의에 따라 용도 및 처분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유시장경제의 민주주의하에서 그를 비난할 수도 처벌 할 수도 없는 것 역시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광장은 그런 것이 아니다. 광장은 특정한 목적에 의해 조성되거나 매매에 의해 획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투쟁에 의해 정의되는 물리적 공간인 것이다. 핏자국 없는 광장은 있을 수 있어도 투쟁의 역사가 없는 광장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핏자국 없이 역사의 관성과 기득권의 영역을 평탄화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일종의 판타지라면, 그래도 나는 그 판타지를 꿈꾸어 본다. 그래서 피를 흘리지 않는 평화적 투쟁으로 시민 사회의 절대 고유적 공간인 '광장'이 탄생하는 세계사적 장면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투쟁 없이 역사가 시민에게 '공간'을 내어준 적이 없으며, 대한민국 시민사회는 아직 투쟁을 통해 광장을 획득해 본 경험이 없다. 나는 우리 역사와 시민사회의 치열함을 함부로 폄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광장을 획득하지 못한 시민사회, 트로피를 받지 못한 승리는 결코 공인 받지 못한 세계신기록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다.
우리는 투쟁했다. 승리한 적이 있던가. 그렇다면 우리의 승리는 역사의 어디에 어떠한 상징으로 기억되고 기록되고 상징되고 교육되며 살아 숨쉬고 있는가. 우리는 언제 승리했던가. 우리는 언제 싸운적이나 있던가. 혹시, 우리는 매번 승리하고도 매번 속아 넘어가는 병신 무리가 아니었던가.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도 광장은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사 어디에도 시민의 승리는 없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현재 시민 사회가 아니다.
여의도 광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인상적인 정치 퍼포먼스가 많았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은 철저히 기획된 곳이었을뿐 단 한번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응어리진 적 없는 곳이다. 시청 광장은 어떤가. 2002년에 축구 응원 용도로 사용 되었고 이후 공무원들의 판단에 의해 도로 시설물을 잔디밭으로 전용한 공간이다. 당시 시청앞 '공원'의 조성 취지는 아마도 '2002년의 월드컵을 기념하고 도시의 상징물을 만들며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은 절대로 광장이 될 수 없다. 관청의 판단으로 관청의 예산을 들여 관청의 관리 및 이용 목적에 맞게 조성된 공간을 "광장"이라고 부르는 이 무지한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어쩌면 분명히 광장이 필요 없거나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절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2009년 6월 5일 현재. 대한민국 어디에도 광장은 없다.
- 낯선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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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6/05 04:35 | ☞ 에세이 | 트랙백(4)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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